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( Dick Johnson Is Dead) 2020 커스틴 존슨 감독

평생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감독 커스틴 존슨. 그녀가 아버지의 죽음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. 코믹하고 기발한 방식으로. 그렇게 그들은 이별을 준비하고 운명을 받아들인다.
딕 존슨은 감독 커스틴 존슨의 아버지다. 그러니깐 딸이 아버지의 죽음을 찍은 다큐멘터리다. 그런 면에서 아주 참신하면서 발칙하고 또 뭉클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.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기록하는 딸의 시선이라고 해서 가슴이 저며오기만한 그런 이야기는 또 아니다.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참 유쾌하고 발랄하게 연출해 흐뭇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다.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멋지게 이별을 준비하려는 이 가족의 마음가짐이 대단하고 또 대단했다.
평생 누군가의 삶을 찍어 온 다큐멘터리 감독 커스틴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생전의 밝고 좋았던 모습을 찍은 영상은 거의 없다는것을 알게됐다. 몇 개 안남은 영상 속 어머니는 이미 눈동자의 생기를 잃었고 딸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. 그래서 아버지의 모습은 꼭 영상으로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했다. 아버지의 동의를 얻고서 아버지를 주연으로 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.
딕 존슨이라는 사람은 엄청 매력적이다. 정신과 의사인 딕은 아주 따뜻하고 개방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다. 가족과 환자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대화에서 딕의 그런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. 그래서 영화 내내 발랄한 딕을 보는게 정말 기분 좋았다. 딸이 자신의 죽음을 참 여러가지 버젼으로 찍는데 이렇게 밝고 즐거운 아버지라니... 피가 많이 나올는 연출일수록 정말 깜짝깜짝 놀랐다...아무리 연출된 상황이지만 아빠의 죽음을 다양하게 짜내는 상황이 굉장히 낯설었다. 이런면만 보더라도 참 특이한 영화다.
최고의 장면은 천국씬이다. 다양한 죽음을 맞고 딸이 연출한 아름다운 천국에 도착한 딕 존슨의 모습! 너무 좋았다. 팝업북?처럼 콜라주?기법으로 꾸민 그 천국이 정말 예쁘고 멋졌다. 가장 예뻤던 그 시절 모습을 한 딕 존슨의 아내와 춤 추는 딕이 정말 행복해보였다. 비록 사실?이 아니지만 딕 존슨이 천국에 가서 아내와 만나 꼭 그렇게 즐겁게 춤을 춤 수 있었으면 좋겠다.
'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' 속으로 이 질문을 제일 많이 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. 알츠하이머가 아빠를 덮치는 상황을 담아내는 일을 할 수 있을까?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힘들 것 같다. 그런데 이렇게 유쾌하고 발랄하게 담을 수 있다면....?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생각했다.
딕 존슨의 상황이 조금씩 안좋아질수록 마음이 많이 아파왔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밝게 웃고있는 딕의 모습에 마지막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.
이 영화를 보고 : 딕 존슨이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로 나오는, 찐득찐득한 아마 미국에서만 팔 것같은 초콜렛 케이크가 너무 먹고싶어졌다. 우리나라에서 그런 케이크를 구할 수 있을까? 아마 내가 만들어 먹어야겠지?
'OH REVIEW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영화] 워크 투 리멤버 (A Walk To Remember) (0) | 2020.10.04 |
---|---|
[영화] 먼 훗날 우리 (后来的我们 ) (0) | 2020.09.29 |
[책] 요리사가 너무 많다 (0) | 2020.09.13 |
[애니메이션] ONWARD 온워드 (0) | 2020.09.08 |
[책]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: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(0) | 2020.09.06 |